안녕하세요, 코딩은 못 하지만 IT가 너무 궁금한 비개발자 루카(Luka)입니다.
결과부터 말할게요. 떨어졌어요. ㅎㅎ
울산에서 열린 박람회의 AI 숏폼 공모전이었어요. 주제는 「AI가 그리는 울산의 미래」, 30초 이내. 상금은 대상 25만 원, 우수 15만 원, 장려 10만 원. 저는 86,985원을 쓰고 하루를 써서 셋 다 못 받았어요.
오늘은 그 하루를 가계부처럼 적어볼게요. 뭘 썼고, 얼마 들었고, 어디서 막혔는지요. AI로 영상 만들어보고 싶은 분한테는 결과보다 이쪽이 쓸모 있을 것 같아서요.
뭘 만들었냐면요
제목은 「고래가 깨우는 울산」. 일러스트로 그려진 고양이 두 마리가 장생포 부두에 앉아 있다가, 바다에서 귀신고래가 솟아오르는 순간 3D 실사로 바뀌어요. 그리고 고래 등에 타고 조선소, 수소 항구, 태화강 하늘을 30초 동안 돌아요.
고양이 둘은 제 캐릭터 루릭이랑 푸름이예요. 원래 일러스트로만 있던 애들이에요.


쓴 도구와 역할 분담
| 단계 | 도구 | 누가 |
|---|---|---|
| 기획안·장면별 지시문 | 클로드 코드 | AI가 쓰고 제가 고름 |
| 그림 (장면마다 1장씩) | 힉스필드의 Nano Banana 2 | 제가 웹에서 직접 생성 |
| 그림 → 5초 영상 | 힉스필드의 Kling 3.0 | 제가 웹에서 직접 생성 |
| 음악 | 캐럿AI에서 뽑아둔 곡 | 있던 것 재활용 |
| 편집·자막·렌더링 | 리모션(코드로 영상 편집하는 도구) | AI가 전부 |
저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써본 적이 없어요. 프리미어도, 캡컷도요. 편집은 AI가 코드로 했어요. "7번 클립 뒤에 자막 넣고, 1번에서 2번 넘어갈 때 하얗게 번쩍하게 해줘"라고 말하면 그렇게 돼서 나와요.
가계부: 86,985원의 내역
힉스필드 Plus 월간 구독, 86,985원. 이게 지출의 전부예요.
이걸로 받은 게 1,200크레딧인데, 크레딧이 어떻게 나가는지가 중요해요.
- 그림(Nano Banana 2): 그 주에 마침 무제한 이벤트 중이었어요. 0크레딧.
- 영상(Kling 3.0): 5초짜리 하나에 30크레딧. 1,200크레딧이면 딱 40개예요.
30초 영상에 5초 클립 7개가 필요해요. 근데 AI 영상은 한 번에 안 나와요. 장면마다 두세 번은 돌려야 쓸 만한 게 나온다고 보고, 예산을 이렇게 짰어요. 장면당 3번 × 7장면 = 21개, 630크레딧. 나머지 570은 예비.
실제로는 7개 장면 중 2개만 다시 뽑았어요. 질주 장면이랑 수소 항구 장면이요. 총 9개, 270크레딧. 예상보다 훨씬 덜 썼어요.
돈 나갈 뻔한 함정 세 개
함정 1: "Unlimited mode" 스위치. 영상 생성 화면에 무제한 모드 스위치가 있어요. 구독했으니까 켜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별도 유료 상품이었어요. 1일권이 110달러, 7일권이 495달러. 상금 대상이 25만 원인 공모전에 70만 원짜리 스위치를 켤 뻔했어요.
함정 2: 무제한 그림도 조건이 있어요. 그림은 무제한인데, 참고 이미지를 3장 넣으면 무제한에서 벗어나서 장당 1.5크레딧이 나가더라고요. 큰돈은 아닌데, "무제한"이라는 말만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함정 3: 연간 결제 권유. 결제 화면에서 연간 650,100원짜리를 계속 권해요. 월간으로 했어요. 그리고 결제한 그날 바로 자동갱신을 껐어요. 한 달 뒤에 까먹을 게 뻔하니까요. 끄고 나서도 한 달은 그대로 쓸 수 있어요.
하루 일정표
원래 계획은 5일이었어요. 목요일 기획, 금요일 그림, 토요일 영상, 일요일 편집, 월요일 제출.
실제로는 목요일 하루에 다 끝났어요.
- 낮: 구독 결제, 기획안 확정
- 오후: 3D 캐릭터 기준 그림 2장 → 장면 그림 7장 → 영상 클립 9개
- 저녁: AI가 편집해서 첫 번째 버전 완성
- 저녁 8시쯤: 인스타 릴스, 틱톡 발행
- 저녁 8시 30분: 유튜브 숏츠 공개, 신청서 제출
서두른 이유가 있어요. 공고문에 좋아요·댓글 수가 심사에 반영된다고 써 있었거든요. 마감은 9일이었지만, 일찍 올릴수록 반응 모을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마감 6일 전에 냈어요.
막힌 곳들
1. 벤치마킹한 작품이랑 너무 닮을 뻔했어요
울산을 소재로 한 기존 작품 중에 제가 좋아하는 게 있었어요. 네모난 블록(복셀)으로 만든 디지털 울산이고, 하늘에 고래가 떠다녀요. 제 캐릭터들도 원래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거라, 그대로 가면 "어디서 본 건데?"가 될 판이었어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두 가지를 정했어요. 블록·픽셀 요소는 전부 뺀다. 고래는 하늘이 아니라 바다에 둔다. 대신 "일러스트가 3D로 변신한다"를 우리만의 훅으로 잡았어요. 기획안에 이게 "차별화 포인트"로 적혀 있어요.
2. 고양이가 장면마다 다른 고양이가 돼요
AI 그림의 고질병이에요. 1번 장면의 루릭이랑 4번 장면의 루릭이 다른 애예요. 옷 색이 바뀌고, 눈 색이 바뀌고.
해결은 무식했어요. 캐릭터 설명문을 하나 만들어서 글자 하나 안 바꾸고 모든 장면에 복붙했어요.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 연분홍 주름진 피부, 큰 박쥐 귀, 파란 눈, 검정 후드에 보라 소매, 연두색 끈, 갈색 목줄에 금색 방울." 그리고 3D 기준 그림을 먼저 두 장 뽑아서, 이후 모든 장면에 참고 이미지로 넣었어요.
3. 귀신고래를 시켰는데 범고래가 나와요
AI한테 "고래"라고 하면 자기가 아는 제일 유명한 고래를 그려요. 범고래나 혹등고래요. 근데 울산의 고래는 귀신고래예요. 등지느러미가 없고, 회색 얼룩에 따개비가 붙어 있어요.
그래서 지시문에 "등지느러미 없음, 회색 얼룩 피부, 따개비"를 매번 강조해서 넣었어요. 위 그림에서 고래 머리에 붙은 울퉁불퉁한 게 그 따개비예요.
4. 음악을 예닐곱 번 갈아엎었어요
제일 여러 번 뒤집은 건 그림도 영상도 아니고 음악이었어요. 6~7번 고쳤어요.
소스는 예전에 캐럿AI라는 도구로 뽑아둔 랩 곡이에요.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있던 걸 가져다 쓴 거라 금방 끝날 줄 알았죠. 아니었어요.
- 랩을 넣었다가, 뺐어요.
- 잘라 쓴 구간이 영상이랑 안 맞아서, 그것도 뺐어요.
- 목소리를 빼주는 AI 도구를 돌렸더니 중간에 음악이 뚝 끊기는 구간이 생겨서, 다시 했어요.
마지막 건 다른 마디를 잘라다 이어 붙여서 메웠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최종 제출본이 목소리 없이 반주만 남긴 버전이에요.
손은 AI가 움직였어요. 저는 들어보고 "이거 아닌데", "여기 끊기는데"를 예닐곱 번 말했고요.
솔직히 도구 탓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음악 고르는 게 까다로워서 그래요. 저한테는 이게 중요하거든요. 영상이랑 음악이 잘 맞아야 하고, 음악이 튀어도 안 되고, 처져서도 안 돼요. 그 사이 어딘가를 찾느라 예닐곱 번이 걸린 거예요. AI는 시키는 대로 다 해줬어요. "이게 맞다"는 건 제 귀가 정해야 했고요.

결과
9월 12일 토요일에 문자가 왔어요.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않았다고요.
왜 떨어졌는지는 몰라요. 심사평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래서 떨어졌다"는 분석은 안 쓸게요. 제가 아는 건 제 쪽 사정뿐이에요. 하루 만에 만들었고, 그 하루가 재밌었고, 결과는 탈락이에요.
그래서 남은 것
돈으로 치면 마이너스 86,985원이에요. 근데 가계부엔 다른 칸도 있어요.
- 작업 순서가 남았어요. "그림 먼저 뽑고 → 그 그림을 영상으로" 순서요. 이 공모전 끝나고 바로 다른 영상 채널을 시작했는데, 그 순서를 그대로 쓰고 있어요. 구독료는 거기서 마저 뽑는 중이에요.
- 캐릭터가 3D가 됐어요. 일러스트로만 있던 애들이 이제 입체로도 있어요.
- 출품 이력 한 줄. 사실 처음부터 상금 보고 나간 게 아니었어요. 상금이 작다는 건 알고 있었고, 이력을 남기려고 나간 거예요. 그건 떨어져도 남아요.
영상은 유튜브 숏츠에 그대로 있어요. 30초예요.
AI로 공모전 영상을 만들어보려는 분께 하나만 말씀드리면, 구독 결제한 날 자동갱신부터 끄세요. 영상은 하루면 되는데, 구독은 까먹으면 1년 가요.
이런 삽질을 모아놓은 전자책 『AI로 토스 미니앱 11개 만든 비개발자의 역습』은 크몽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