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딩은 못 하지만 IT가 너무 궁금한 비개발자 루카(Luka)입니다.

8월 어느 날 받은편지함을 열었는데 숫자가 이랬어요.

개수
받은편지함 전체 7,089
그중 안 읽은 것 6,340

열 통 중 아홉 통을 안 읽은 거예요. 이쯤 되면 메일함이 아니라 창고예요.

AI 도구를 이것저것 써보다 보면 이렇게 돼요. 가입할 때마다 메일 주소를 넣고, 넣을 때마다 소식지가 오고, 서비스마다 알림을 보내고.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데 쌓이면 중요한 메일이 안 보여요.

그래서 AI한테 정리를 시켰어요.

AI는 읽기만 할 수 있었어요

AI한테 제 메일함을 연결해 줬어요. 그리고 "광고 메일 다 지워줘"라고 했어요.

못 지운대요.

연결은 됐는데 읽기 전용이었어요. AI가 메일을 찾고 읽을 수는 있는데, 지우거나 분류 표시를 붙이거나 자동 규칙을 만드는 건 못 해요. 시키면 "권한이 더 필요하다"는 답이 와요.

그래서 일을 나눴어요.

누가 하는 일
AI 메일함을 훑어서 뭐가 쌓여 있는지 찾기, 지울 묶음을 고르는 검색어 만들기
저 그 검색어를 메일 사이트에 붙여넣고 직접 지우기

AI가 "이 검색어로 찾으면 암호화폐 거래소 광고가 나와요"라고 주면, 제가 그걸 붙여넣고 눌러서 지우는 식이에요.

지우는 방법 두 가지

한꺼번에 지우기

  1. 메일 사이트 검색창에 AI가 준 검색어를 붙여넣어요.
  2. 왼쪽 위 네모를 눌러서 전체 선택을 해요.
  3. 그러면 위에 "일치하는 대화 모두 선택"이라는 글자가 조그맣게 떠요. 이걸 눌러야 해요.
  4. 휴지통을 눌러요.

3번을 안 누르면 지금 화면에 보이는 50개만 지워져요. 3,000개를 지우려면 60번을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이건 컴퓨터에서만 돼요. 폰 앱에는 전체 선택이 없어요.

앞으로 올 것도 자동으로 치우기

지우기만 하면 다음 주에 또 쌓여요. 그래서 자동 규칙을 만들었어요. "이 보낸 사람 메일은 받은편지함에 넣지 말고 바로 '소식지' 서랍으로."

규칙을 하나씩 손으로 만들면 끝이 없어서, AI가 규칙 묶음을 파일 하나로 만들어 줬어요. 저는 그 파일을 메일 설정에서 불러오기만 했어요.

여기도 놓치기 쉬운 데가 있었어요. 불러올 때 "기존 대화에도 적용"이라는 네모에 체크해야 해요. 체크 안 하면 앞으로 올 메일만 정리되고, 이미 쌓인 건 그대로 남아요.

세 묶음으로 나눴어요

묶음 어떻게 뭐가 들어갔나
지울 것 휴지통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광고, 검색 알림, 구인 사이트 알림, 개발 사이트의 자동 알림
서랍에 넣을 것 '소식지' 표시를 붙이고 받은편지함은 건너뛰기 소식지 서른 곳쯤
절대 남길 것 손대지 않기 아래에

제일 어려웠던 건 "남길 것"이었어요

뭘 지울지는 쉬워요. 광고는 광고처럼 생겼으니까요.

어려운 건 지우면 안 되는 걸 안 지우는 거였어요.

  • 결제 영수증. 광고처럼 생긴 제목으로 와요.
  • 앱 심사 결과. 토스에 앱을 올리면 승인됐다, 출시됐다는 메일이 와요. 자동으로 보내는 메일이라 알림 묶음에 섞여 들어가기 쉬워요.
  • 본인 인증 메일. 가입할 때 받은 인증 메일이요. 나중에 계정을 되찾을 때 필요할 수 있어요.
  • 계정 보안 알림.

그리고 제일 까다로운 게 같은 곳에서 광고도 보내고 중요한 것도 보내는 경우였어요. 어떤 서비스는 광고 메일이랑 "구독이 곧 끝납니다", "약관이 바뀝니다" 메일을 같은 주소로 보내요. 그 주소를 통째로 지우면 구독 만료 알림까지 같이 사라져요.

개발 사이트 알림도 그랬어요. 전부 지우면 안 되고, 그중에서 "배포 미리보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자동 실행이 실패했습니다" 같은 특정 종류만 골라 지웠어요.

그래서 AI한테 시킬 때 순서를 바꿨어요. "뭘 지울까?"보다 "뭘 남겨야 하지?"를 먼저 정했어요. 남길 목록을 먼저 만들고, 지우는 검색어가 그 목록을 건드리지 않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지웠어요.

일주일 뒤에 영수증을 쓸 일이 생겼어요

메일을 정리한 게 8월 12일이에요. 일주일 뒤인 8월 19일에 제가 뭘 구독하고 있는지 전부 세어봤어요. 그때 쓴 게 메일함에 남아 있던 결제 영수증이에요.

영수증을 광고랑 같이 쓸어버렸으면 못 했을 일이에요.

정리할 땐 일주일 뒤에 영수증을 뒤질 줄 몰랐어요. 그냥 "돈이랑 계정에 관련된 건 남기자"고 정했던 건데, 그게 바로 쓸모가 있었어요.

AI가 못 지워서 다행이었을까요

처음엔 답답했어요. 시키면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저는 못 지워요"라니요.

근데 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우는 건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에요. 검색어 하나가 잘못되면 영수증 몇백 통이 한 번에 사라질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붙여넣고, 몇 통이 걸렸는지 눈으로 보고, 제 손으로 누르니까 중간에 "어, 이건 왜 여기 있지?" 하고 멈출 수 있었어요.

AI한테 지우는 것까지 맡길 수도 있대요. 연결을 다시 해서 권한을 더 주면 돼요. 아직 안 했어요.

한 달 반 뒤, 지금은요

이 글을 쓰면서 메일함을 다시 열어봤어요. 받은편지함 옆에 뜨는 숫자예요.

받은편지함 옆 숫자
8월 12일, 정리하기 전 6,340
8월 12일, 정리한 뒤 3천 개 넘음
지금 612

그날 그렇게 지웠는데도 3천 개가 넘게 남아 있었어요. ㅋㅋ 절반을 치우고도 3천 개예요.

근데 한 달 반이 지난 지금은 612예요. 정리한 날보다 그 뒤에 더 많이 줄었어요.

지우는 건 하루에 끝나는 일이고, 자동 규칙은 그 뒤로 매일 돌아가는 일이에요. 하루 동안 지운 것보다 한 달 반 동안 규칙이 걸러낸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612도 적은 숫자는 아니에요. 안 읽은 메일이 여전히 육백 통이니까요. 근데 6,340일 땐 메일함을 여는 것 자체가 싫었는데, 612는 열어볼 만해요.

정리하면

  • 받은편지함 옆 숫자가 6,340에서 3천 남짓으로, 다시 612로 줄었어요.
  • AI는 찾고, 저는 지웠어요.
  • 지울 것보다 남길 것을 먼저 정했어요.
  • 지우기만 하면 다시 쌓여요. 자동 규칙까지 만들어야 해요.
  • 컴퓨터로 해야 해요. 폰으로는 안 돼요.

메일함이 창고가 된 분이라면, "일치하는 대화 모두 선택" 그 작은 글자 하나만 기억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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