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딩은 못 하지만 IT가 너무 궁금한 비개발자 루카(Luka)입니다.

7월 25일에 앱을 하나 만들었어요. 이름은 나좀봐. 청각장애가 있는 분이 대화할 때 쓰는 앱이에요.

  • 상대방이 말하면 화면에 큰 자막으로 떠요.
  • 제가 글을 쓰면 미리 고른 목소리가 대신 말해줘요.

아침에 설계하고 저녁에 토스에 정식 출시됐어요. 하루요.

오늘은 그 하루가 아니라, 그 하루의 순서에 대해 쓰려고요. 그날 작업 기록을 다시 열어봤더니 제가 몰랐던 게 보였거든요.

그날 시간표

작업 기록에 시각이 다 남아 있어요.

시각 한 일
10:31 설계 문서
11:12 앱 뼈대, 말하기 기능
11:13 실시간 자막
11:38 웹 버전 배포
12:05 카카오톡에서 열 때 생기는 문제 수정
15:53 토스용으로 옮기는 설계
16:44 앱이 자기 목소리를 받아 적는 문제 수정
19:33 토스 정식 출시
19:42 협회에 보낼 소개 메일 초안
20:18 시장조사

출시가 19시 33분이고 시장조사가 20시 18분이에요.

앱을 내고 45분 뒤에, 비슷한 앱이 있는지 찾아본 거예요.

순서가 거꾸로죠. 보통은 찾아보고, 없으면 만들잖아요.

왜 거꾸로 됐냐면요

만들 재료가 이미 다 있었어요. 전날까지 만들던 앱에 글을 목소리로 바꾸는 기능이 있었고, 그 전에 만든 번역기에 말을 글자로 받아 적는 기능이 있었어요. 둘을 붙이면 되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만들 수 있나?"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바로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바로 만들었어요.

AI로 만들면 이렇게 돼요. 만드는 게 너무 빨라서, 찾아보는 것보다 만드는 게 먼저 끝나요.

조사해서 알게 된 것

찾아보니 시장이 둘로 나뉘어 있었어요. 제가 7월에 조사한 내용이라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어요.

종류 하는 일 예
자막 앱 상대방 말을 글자로 국내 1위 자막 앱, 구글 기본 자막 기능
말하기 앱 글이나 그림을 목소리로 언어장애가 있는 분을 위한 보조 앱들

자막 앱은 듣기만 해요. 말하기 앱은 말하기만 해요. 둘을 한 화면에 합친 건 제가 찾아본 범위에선 없었어요.

근데 대화는 듣기랑 말하기가 같이 일어나잖아요. 거기가 나좀봐의 자리였어요.

하나 더 있었어요. 다른 말하기 앱들은 목소리가 기계음 하나예요. 나좀봐는 여덟 가지 중에 고를 수 있어요. 젊은 여자, 중년 남자, 할머니. 스무 살 여성이 중년 남성 기계음으로 말하지 않아도 돼요. 이건 재미로 만든 전 앱에서 그대로 가져온 기능인데, 여기 와서 의미가 달라졌어요.

조사해서 알게 된 약점

좋은 것만 나온 건 아니에요.

국내 1위 자막 앱은 정확도가 97%라고 밝히고 있어요. 구글 자막 기능은 무료고 안드로이드 폰에 기본으로 들어 있어요. 인터넷이 없어도 돼요.

나좀봐의 자막은 브라우저에 들어 있는 기능을 빌려 쓰는 거예요. 조용한 곳에선 잘 되는데, 시끄러운 식당에서 전문 앱만큼 될 리가 없어요.

그래서 조사 문서에는 이렇게 적었어요.

자막 앱으로 경쟁하지 말 것. 필담을 대체하는 대화 도우미로 갈 것.

종이에 써서 주고받는 것보다 편한 도구. 그게 이 앱이 설 수 있는 자리예요. 자막 정확도로 싸우면 져요.

먼저 조사했으면 어땠을까요

이건 지금도 모르겠어요.

먼저 찾아봤으면 "자막 앱은 이미 97%짜리가 있네" 하고 안 만들었을 수도 있어요. 나중에 찾아봐서, 이미 만든 앱을 들고 "그럼 내 건 어디에 서야 하지?"를 물을 수 있었어요.

반대로, 먼저 찾아봤으면 처음부터 "필담 대신"에 맞춰서 만들었을 거예요. 지금 앱은 자막이 화면 위쪽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게 맞는 배치인지 다시 생각했겠죠.

어느 쪽이 나았을지는 몰라요. 다만 순서가 거꾸로였다는 건 그날은 몰랐고, 두 달 뒤에 기록을 보고 알았어요.

그리고 두 달째 안 보낸 메일

출시하고 9분 뒤, 19시 42분에 소개 메일 초안을 만들었어요. 보낼 곳도 찾아놨어요. 협회, 재단, 사회적협동조합 다섯 군데. 연락처까지 적어뒀어요.

아직 한 통도 안 보냈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분이 이 앱을 써보고 해준 말도 아직 하나도 없어요.

안 보낸 이유는 있어요. 좀 더 세심하게 고칠 데를 찾는 중이에요.

하루 만에 만든 앱이잖아요. 필요한 분한테 "이거 써보세요" 하고 내밀기 전에, 제 눈에 걸리는 건 먼저 고쳐놓고 싶어요. 어설픈 걸 보냈다가 "역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만든 거네"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요.

근데 여기에 걸리는 데가 있어요.

저는 청각장애인이 아니에요. 파형이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되는지, 진동이 거슬리는지, 자막 글씨가 충분히 큰지. 그건 쓰는 분만 알아요. 제가 혼자 찾을 수 있는 "고칠 데"는 제 눈에 보이는 것까지예요.

그러니까 다듬고 나서 보여주고 싶은데, 뭘 다듬어야 하는지는 보여줘야 알 수 있어요. 두 달 동안 그 사이에 서 있었어요.

하루와 두 달

앱을 만드는 데 하루가 걸렸어요. 그건 AI가 거의 다 해줬어요.

메일은 초안도 있고 주소도 있어요. 근데 언제 보낼지는 AI가 정해줄 수 없어요. "이 정도면 보여줘도 되겠다"는 제가 정해야 해요.

만드는 게 쉬워지니까, 어려운 일이 어디 있는지가 보여요. 만드는 데 있지 않았어요. 만든 걸 들고 필요한 사람한테 가는 데 있었어요.

언제 보낼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보내게 되면 그때 쓸게요.


나좀봐는 여기서 바로 써볼 수 있어요. 크롬에서 여시면 돼요. 토스 앱에서 '나좀봐'를 검색해도 나와요. 무료고, 가입도 광고도 없어요. 주변에 필요한 분이 계시면 알려주세요. 써보시고 불편한 점을 알려주시면 고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