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딩은 못 하지만 IT가 너무 궁금한 비개발자 루카(Luka)입니다.

지난 글들은 전부 "만들고 나서 생긴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만드는 동안 생긴 일"을 써보려고요. 코딩 못 하는 사람이 AI한테 앱을 시키면, 그 사람은 그날 실제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저도 궁금해서 그날 기록을 다시 뒤져봤어요.

주인공은 마주톡이에요. 여행 가서 현지인이랑 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음성 번역기예요. 7월 10일 하루에 만들었어요. 여기서 지금도 열려요. 크롬에서 여시면 돼요.

왜 만들었냐면요

일본 출장이 잡혀 있었어요. 7일짜리. 번역 앱이야 세상에 많죠. 근데 제가 원한 건 딱 하나였어요. 폰을 테이블에 놓고, 저랑 상대방이 양쪽에서 같이 보는 것. 번역된 글자를 보여주려고 폰을 돌려서 내미는 그 동작이 싫었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이집트 아랍어가 필요했어요. 보통 번역기의 아랍어는 뉴스에 나오는 표준 아랍어인데, 이집트 사람들이 길에서 쓰는 말은 달라요. 이건 뒤에 또 나와요.

1단계: 만들기 전에 AI가 저한테 물어봐요

"번역기 만들어줘"라고 하면 바로 뭐가 뚝딱 나올 것 같잖아요. 아니에요. 요즘 제가 쓰는 방식은 AI가 먼저 질문을 해요. 한 번에 하나씩요.

  • 어떤 언어가 필요해요?
  • 폰은 뭐 쓰세요? (안드로이드 크롬이요)
  • 버튼을 눌러서 말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알아서 언어를 감지하는 게 좋아요?
  • 번역된 걸 소리로도 읽어줄까요?

이게 코딩 못 하는 사람이 하는 일의 절반이에요. 대답하는 거요. 기술은 몰라도 "내가 뭘 원하는지"는 저만 알잖아요. 예를 들어 언어 자동 감지는 멋있어 보이지만, AI가 "잘못 알아들을 위험이 커서 버튼 방식을 추천한다"고 했고, 저는 그러자고 했어요. 시끄러운 식당에서 번역기가 혼자 헷갈리고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2단계: 설계서가 나와요

질문이 끝나면 AI가 설계서를 써서 보여줘요. 이날 나온 설계서를 다시 열어봤는데, 이런 게 적혀 있어요.

화면 구성 (마주보기 분할) — 세로 화면을 위아래 반으로 나눈다. 위쪽 절반은 상대방 영역. 글자가 180도 뒤집혀 상대 쪽에서 바로 보인다.

이게 제가 원한 그거예요. 위쪽 절반이 통째로 뒤집혀 있어서, 맞은편에 앉은 사람한테는 똑바로 보여요. 기술적으로는 "화면 절반을 180도 돌린다" 한 줄이래요. 저는 그게 한 줄인지 천 줄인지 몰라요. 그냥 "맞은편 사람이 바로 읽을 수 있게"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설계서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이거예요.

언어 선택 버튼 라벨은 해당 언어 원어 표기 — 상대방이 읽는 버튼이므로.

"일본어"라고 쓰면 일본 사람이 못 읽잖아요. 그래서 버튼에 "日本語", "English", "Español", "العربية"라고 써 있어요. 이건 제가 말한 게 아니라 AI가 먼저 챙긴 거예요. 이런 데서 "아, 얘가 그냥 코드만 짜는 게 아니구나" 싶어요.

그리고 설계서 맨 끝에 "안 만드는 것" 목록이 있어요. 아이폰 최적화, 오프라인 번역, 언어 자동 감지. 처음엔 이게 왜 있나 했는데, 이게 있어서 하루 만에 끝난 거였어요. 뭘 안 할지 정해놓지 않으면 "이것도 넣자, 저것도 넣자" 하다가 출장 가는 날까지 못 끝내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알아요.

제가 할 일: 읽고 "좋아, 가자" 하는 거예요.

3단계: 계획서, 그리고 다섯 덩어리

설계서가 통과되면 AI가 작업을 다섯 덩어리로 쪼갰어요.

  1. 번역해주는 서버 기능 만들기
  2. 서버에 올리고 진짜 번역되는지 찔러보기
  3. 폰에서 보이는 화면 만들기
  4. 홈페이지에 카드 추가하고, 카톡 공유용 미리보기 이미지 만들기
  5. 배포하고 최종 확인

여기서 "서버"라고 하니까 거창한데, 저는 앱마다 서버를 따로 안 둬요. 공용 서버 하나에 앱들이 방 하나씩 얻어 쓰는 구조예요. 글자 읽어주는 앱, 타로 앱이 이미 거기 살고 있었고, 마주톡은 /translate라는 방을 하나 더 얻은 거예요. 번역은 Gemini한테 먼저 시키고, 걔가 대답을 못 하면 Claude한테 시키게 돼 있어요. 여행지에서 번역기가 멈추면 안 되니까 보험을 하나 들어둔 거죠.

삽질 1: 이집트 사람처럼 말해줘

아까 말한 이집트 아랍어요. 테스트 기준을 미리 정해놨어요.

"화장실이 어디예요?" → "فين الحمام؟" 가 나와야 함. "أين الحمام؟" 가 나오면 실패.

둘 다 "화장실 어디예요"인데, 앞에 건 이집트 길거리 말이고 뒤에 건 교과서 말이에요. 저는 아랍어를 못 읽어요. 그래서 AI한테 "첫 단어가 '핀'이면 합격, '아이나'면 불합격"이라고 기준을 받아놓고 그것만 봤어요. 결과는 합격. "핀 일 함맘?"이 나왔어요.

코딩 못 하는 사람의 테스트는 이런 식이에요. 내용을 검증할 능력은 없으니까, 합격 기준을 미리 받아놓고 그것만 확인해요.

삽질 2: 한글이 깨져서 번역기가 헛소리를 해요

서버에 올리고 나서 AI가 번역이 되나 찔러봤어요. 근데 이상한 답이 와요. 한국어를 보냈는데 번역이 엉뚱해요.

번역기가 고장 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윈도우 명령창에서 한글을 직접 쳐서 보내면 가는 길에 글자가 깨져요. 서버는 깨진 글자를 받아서 최선을 다해 번역한 거고요. ㅎㅎ 한글을 파일에 담아서 파일째로 보내니까 멀쩡해졌어요.

이런 건 제가 해결 못 해요. 제가 한 일은 "어? 이거 이상한데?"라고 말한 것뿐이에요. 근데 그 말을 안 했으면 고장 난 채로 출장 갔을 거예요.

삽질 3: 뒤집힌 화면은 AI도 못 눌러요

이건 좀 웃긴 얘기예요. AI가 자기가 만든 화면을 직접 눌러보면서 테스트를 하는데, 위쪽 절반 버튼이 자꾸 안 눌리는 거예요. 위쪽이 180도 뒤집혀 있잖아요. AI가 "여기 버튼이 있으니까 이 좌표를 누르자" 하고 누르면, 뒤집힌 세계에선 거기가 아니에요.

결국 AI가 좌표로 누르는 걸 포기하고, 버튼한테 직접 "너 눌렸어"라고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바꿔서 테스트했어요. 사람 손가락은 아무 문제 없이 눌러요. AI만 헷갈려요. 자기가 뒤집어놓고 자기가 헤맨 거예요.

삽질 4: 서버 올리는 방식이 그날 바뀌었어요

원래 계획서엔 이렇게 써 있었어요. "서버 배포: 사용자가 Cloudflare 대시보드에 코드를 전체 붙여넣기."

네, 그때까지 저는 서버 코드를 고칠 때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코드 전체를 복사해서 붙여넣고 있었어요. 몇백 줄을요. 복사하다 한 줄 빠지면 서버가 죽어요. 그걸 매번 했어요.

이날 AI가 "이거 명령어 한 줄로 되게 해놓을까요?" 했고, 로그인 한 번 하고 설정 파일 하나 만들었더니 진짜 한 줄이 됐어요. 마주톡을 만들다가 얻은 제일 큰 수확은 사실 마주톡이 아니라 이거였어요. 그 뒤로 만든 앱들은 전부 이 한 줄로 올렸어요.

그래서 그날 저는 뭘 했냐면요

정리해보면 이래요.

제가 한 일 - 뭘 원하는지 말하기 ("폰 돌리기 싫다", "이집트 말이어야 한다") - 질문에 대답하기 - 설계서 읽고 승인하기 - 이름 짓기 (마주톡. 마주 보고 톡.) - "이거 이상한데?" 말하기 - 폰에서 직접 말해보기

AI가 한 일 - 나머지 전부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한 게 별로 없어 보이는데, 해보면 알아요. 저 여섯 가지가 빠지면 앱이 안 나와요. 정확히는, 앱은 나오는데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앱이 나와요. 폰을 돌려서 보여줘야 하고, 교과서 아랍어가 나오는 번역기요. 세상에 이미 많은 그거요.

이 블로그에서 제가 넉 달 동안 배운 거랑 똑같아요. AI한테 "글 써줘" 하면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이 나오고, "앱 만들어줘" 하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앱이 나와요. 제가 원하는 걸 제가 말해야 제 게 나와요.

그래서 일본에서 써봤냐면요

써봤어요. 그리고 솔직히… 좀 답답하더라고요. ㅎㅎ

일단 뜸 들이는 시간이 길어요. 책상 앞에서 혼자 테스트할 땐 몰랐어요. 제가 말하고 제가 기다리니까요. 근데 맞은편에 사람이 서 있으면 그 몇 초가 되게 길어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거. 일본 분들이 자기 폰으로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저한테 역질문을 하더라고요. ㅋㅋㅋㅋ 제가 "마주 보고 같이 쓰자"고 폰을 내밀었는데, 상대는 이미 자기 손에 익은 번역기가 있는 거예요. 제 폰 위쪽 절반에 뒤집혀 있는 그 버튼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그냥 남의 폰이에요. 누를 이유가 없죠.

설계서엔 "상대방이 누르고 자기 언어로 말한다"고 써놨어요. 그 한 줄이 책상에서는 너무 당연했는데, 현장에서는 그게 제일 안 되는 부분이었어요. 상대방은 제 설계서를 안 읽었으니까요.

하루 만에 만든 앱은 하루 만에 만든 티가 나요. 만드는 건 AI가 빨리 해주는데, 써보고 답답한 데를 찾는 건 결국 현장에 간 사람 몫이더라고요. 그건 책상에서 안 나와요.

아직 안 된 것들

  • 실제 대화에서 쓰기엔 답답해요. 번역 기다리는 뜸이 길고, 상대방은 제 폰 대신 자기 구글 번역기를 꺼내요. 이걸 어떻게 풀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어쩌면 "상대방도 누르는 앱"이라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할지도요.

  • 아이폰에선 제대로 안 돼요. 처음부터 "안 만드는 것"에 넣어놨고, 아직도 거기 있어요.

  • 인터넷 없으면 안 돼요. 해외에서 데이터 없으면 그냥 벽돌이에요.
  • 폰에 이집트 아랍어 목소리가 안 깔려 있으면 소리 없이 글자만 나와요. 에러는 안 띄우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게 해놨어요.

마주톡에서 만든 "말하는 걸 실시간 자막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2주 뒤에 나좀봐(청각장애인 대화 도우미)를 만들 때 그대로 가져다 썼어요. 그 앱이 아이디어에서 출시까지 하루 만에 된 건 마주톡이 먼저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나 만들어두면 다음 게 빨라져요. 이것도 해보고 알았어요.

다음 편은 "AI로 영상 만들어서 공모전 나갔다가 떨어진 이야기"예요.


마주톡은 여기서 바로 써보실 수 있어요. 안드로이드 크롬 추천. 설치 없고, 무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