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딩은 못 하지만 IT가 너무 궁금한 비개발자 루카(Luka)입니다.

제 작업은 거의 다 미니PC에서 해요. 손바닥만 한 컴퓨터인데 집에 늘 켜져 있어요. 노트북은 밖에 강의 나갈 때만 들고 가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AI는 어차피 미니PC에서 일하는데, 제가 꼭 그 앞에 앉아 있어야 하나? 시키는 건 폰으로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9월 10일에 리모컨을 달았어요. 파세오(Paseo)라는 도구예요.

이게 뭐냐면요

오해하기 쉬운데, 폰에서 AI가 도는 게 아니에요. AI는 미니PC에서 돌고, 화면만 폰으로 넘어와요. 집에 있는 TV를 밖에서 리모컨으로 켜는 것과 비슷해요. TV는 집에 있고요.

그래서 폰이 느려도 상관없고, 폰 배터리를 AI가 잡아먹지도 않아요. 일은 집에 있는 애가 해요.

설치는 한 줄이라고 했어요

설명서엔 명령어 한 줄이면 된다고 써 있었어요. AI한테 시켰고, 설치됐다고 나왔어요.

여기까지 5분. 그 뒤로 네 군데서 막혔어요.

막힌 곳 1: 설치는 됐는데 터미널이 안 떠요

설치는 성공이라는데, 정작 AI가 일하는 창이 안 열려요.

원인은 설치 프로그램의 안전장치였어요. 요즘 설치 프로그램은 부품을 깔 때 그 부품이 자기 컴퓨터에서 뭔가를 조립하는 걸 기본으로 막아요. 수상한 부품이 설치 중에 나쁜 짓을 못 하게 하려는 거예요. 좋은 장치죠.

근데 파세오는 터미널을 띄우는 부품을 제 컴퓨터에서 직접 조립해야 했어요. 그게 막혀서, 설치는 됐는데 핵심 부품이 빈 껍데기였던 거예요.

"이 부품 두 개는 조립해도 돼"라고 콕 집어서 허락하고 다시 깔았더니 됐어요.

성공했다는 말과 실제로 되는 건 다른 얘기라는 걸 또 배웠어요.

막힌 곳 2: 비밀번호를 걸었는데 안 걸려요

밖에서 제 컴퓨터에 들어올 수 있게 여는 거니까, 비밀번호부터 걸었어요. 설정 명령을 쳤고 "저장됨"이 떴어요.

근데 비밀번호 없이도 그냥 들어가지는 거예요.

저장만 되고 적용은 안 된 상태였어요. 파세오를 완전히 껐다 켜야 비밀번호가 먹어요. "새로고침" 명령으로는 안 되고, "재시작"이어야 했어요.

이건 좀 무서웠어요. 저는 잠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려 있었던 거니까요. "저장됨"이라는 글자만 보고 넘어갔으면 몰랐을 거예요. 비밀번호를 걸었으면 틀린 비밀번호로 한 번 들어가 봐야 해요.

막힌 곳 3: 비밀번호를 걸었더니 저도 잠겼어요

재시작해서 비밀번호가 걸렸어요. 이제 폰을 연결하려고 연결용 명령을 쳤더니 오류가 나요.

"연결 제안을 받지 못했습니다"

연결 문제인 줄 알았어요. 인터넷이 끊겼나, 방화벽인가. AI도 처음엔 그쪽을 뒤졌어요.

아니었어요. 비밀번호를 걸면 파세오 자기 자신의 명령도 비밀번호를 내야 하는 거였어요. 집 문을 잠갔더니 집주인도 열쇠가 필요해진 거죠. 당연한 얘긴데, 오류 메시지가 "비밀번호가 없어요"가 아니라 "연결 제안을 못 받았어요"라서 엉뚱한 데를 한참 팠어요.

오류 메시지는 증상을 말해주지, 원인을 말해주지 않아요.

막힌 곳 4: QR코드가 안 그려져요

폰을 연결하려면 컴퓨터 화면에 뜬 QR코드를 폰으로 찍어야 해요. 근데 화면에 QR코드 대신 깨진 글자 덩어리가 나왔어요.

제 미니PC의 명령 창이 구형이라 QR코드를 그릴 줄 몰랐던 거예요.

해결은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QR코드에 담길 연결 주소를 글자로 받아서, 그걸 그림 파일로 따로 만들었어요. 그 그림을 화면에 띄워놓고 폰으로 찍었어요. 됐어요.

그리고 하나 알게 된 것: 이 주소는 못 바꿔요

QR코드에 담긴 연결 주소는 사실상 비밀번호예요. 이걸 가진 사람은 제 컴퓨터 문 앞까지 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주소는 다시 뽑아도 똑같은 게 나와요. 유출되면 새 주소로 바꿔서 옛 주소를 못 쓰게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진짜 자물쇠는 비밀번호 하나예요. 위에서 "저장만 되고 안 걸려 있었다"는 게 왜 무서웠는지 아시겠죠.

그럼 그때 만든 QR코드 그림 파일은 지웠냐고요? 솔직히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이 글을 쓰다 말고 컴퓨터를 뒤져봤어요. 이름으로 찾아봤는데 안 나왔어요. 지운 것 같긴 한데, "같긴 한데"라는 게 찜찜하죠. 비밀번호급 파일을 만들 땐 지우는 것까지가 한 세트라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이 글에도 당연히 안 올려요.

꺼지면 알아서 다시 켜지게

리모컨은 달았는데, 미니PC 쪽 프로그램이 꺼지면 밖에서는 방법이 없어요. 집에 가서 켜야 해요.

그래서 감시 장치를 하나 달았어요.

  • 컴퓨터가 켜지면 30초 뒤에 파세오를 자동으로 띄워요.
  • 그 뒤로 10분마다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꺼져 있으면 다시 띄워요.
  • 하루에 한 번 "살아 있음"이라고 기록을 남겨요.

마지막 게 중요해요. 이 기록이 끊기면 파세오가 아니라 감시 장치 자체가 죽은 거예요. 감시하는 애를 감시할 방법이 필요했어요.

진짜 되는지 보려고 파세오를 일부러 강제로 꺼봤어요. 두 번요.

실험 다시 켜지는 데 걸린 시간
첫 번째 13초
두 번째 12초

폰 연결도 알아서 다시 붙었어요. 그리고 같은 미니PC에서 돌고 있는 카카오톡 상담봇은 아무 영향이 없었어요. 이걸 확인하려고 실험한 거예요. 하나 고치다 옆에 있는 걸 죽이면 안 되니까요.

일부러 안 쓰는 기능

파세오에는 말로 시키는 음성 기능이 있어요. 안 써요.

이유는 단순해요. 주변이 의식돼서요. 폰으로 쓴다는 건 밖에서 쓴다는 건데, 사람들 있는 데서 폰에 대고 "그 파일 열어서 세 번째 줄 고쳐줘"라고 말하는 제 모습이 상상이 안 돼요. 글자로 치는 게 마음 편해요.

미니PC 사정도 있긴 해요. 음성을 알아듣고 말하는 프로그램이 컴퓨터 안에서 따로 돌아야 하는데, 손바닥만 한 컴퓨터에 이미 상담봇도 돌고 AI도 일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설치할 때 아예 꺼뒀어요.

그날 저는 뭘 했냐면요

이번에도 손은 AI가 움직였어요. 제가 한 건 이래요.

  • "폰으로 시키고 싶다"고 말하기
  • "설치됐다는데 왜 안 열려?" 묻기
  • 비밀번호 없이 들어가지는 걸 발견하기
  • 폰으로 QR코드 찍기
  • "일부러 꺼봐" 시키기

네 번 막힌 것 중에 세 번은 "됐다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안 된" 경우였어요. 설치 성공, 비밀번호 저장됨, 그리고 엉뚱한 오류 메시지. 화면에 뜬 글자를 믿지 않고 직접 해본 게 제가 한 일의 전부예요.

그래서 폰으로 쓰냐면요

써요. 근데 파세오 하나만 쓰는 건 아니에요.

코덱스는 리모트로 연동해서 쓰고, 클로드도 폰으로 쓰고, 최근엔 파세오를 써요. 폰으로 AI한테 일 시키는 길이 세 갈래가 된 거예요. 하나로 정리된 게 아니라 하나가 늘어난 거죠.

어느 게 제일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걸 써요. 좀 더 써보고 갈리는 게 생기면 그때 또 쓸게요.


이런 삽질을 모아놓은 전자책 『AI로 토스 미니앱 11개 만든 비개발자의 역습』은 크몽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