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딩은 못 하지만 IT가 너무 궁금한 비개발자 루카(Luka)입니다.

지난 글 끝에 예고한 대로, 이번엔 전자책 만든 이야기예요. 크몽에 올린 PDF 전자책이고, 제목은 『AI로 토스 미니앱 11개 만든 비개발자의 역습』이에요. 51쪽짜리예요.

글 쓰는 건 하루 만에 끝났어요. 근데 "책"이 되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어요. 그 한 달 동안 뭐가 막혔는지가 오늘 얘기예요.

전자책 『비개발자의 역습』 표지 — 함께 삽질한 다락방 식구들

왜 썼냐면요

7월 초였어요. 그때까지 AI(클로드 코드)한테 시켜서 만든 게 꽤 쌓여 있었어요. 스와이프 게임, 전통시장 앱, 카드 짝맞추기 게임, 타로 앱, 토스 미니앱 아홉 개, AI 셋이 회의하는 단톡방… 하나하나는 작은데 모아놓으니까 "이거 코딩 못 하는 사람이 다 만든 거야?"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이걸 만든 과정 자체가 콘텐츠 아닐까. 저처럼 코딩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야, 너도 할 수 있어"를 듣고 싶어 할 것 같았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하필 전자책인 이유가 있어요. 앱은 만들어놓고도 계속 손이 가요. 토스가 규칙 바꾸면 고쳐야 하고, 버그 나면 잡아야 하고. 근데 전자책은 한 번 만들어두면 끝이에요. 제가 자고 있을 때도 알아서 팔리는 게 전자책의 메리트예요. 강의처럼 시간 맞춰 나갈 필요도 없고요. 코딩 못 하는 사람한테 이만한 자동화가 없어요. 물론 "만들어두면"이 문제였지만요. ㅎㅎ

하루 만에 초안이 나왔어요

7월 7일 하루예요. 아침에 목차 잡고, 저녁에 초안 8개 챕터가 다 나왔어요.

방법은 단순해요. AI한테 제가 만든 것들 이야기를 다 해줬어요. 뭘 만들었고, 어디서 막혔고, 어떻게 풀었는지. AI는 저랑 같이 그걸 만든 당사자라 이미 절반은 알고 있었고요. 그걸 챕터로 정리하게 시켰어요.

근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결정을 하나 했어요. 실패담을 빼지 말 것. 성공한 것만 쓰면 다른 사람들이 쓴 "AI로 앱 만들기" 책이랑 똑같아져요. 제 책의 무기는 삽질이에요. 그래서 아직 안 끝난 이야기는 안 끝난 채로 썼어요. 애드센스 재승인 챕터는 "될 때까지 붙어 있을 거다"로 끝나요. 아직도 안 됐고요. ㅎㅎ (그 얘기는 여기에 따로 썼어요.)

그리고 개인사는 뺐어요. 처음엔 제가 원래 그림 그리던 사람이라는 얘기, 반려묘 얘기까지 몇 문단씩 넣었다가 "결이 흐트러진다"고 다 지웠어요. 그러다 또 "두 문장만 다시 넣자" 했고요. 하루에 세 번 마음이 바뀌었어요. 결국 딱 두 문장으로 스치듯 남았어요.

삽질 1: 50페이지가 안 나와요

초안을 세어보니 33~36페이지쯤이었어요. 전자책치고 얇다 싶어서 "50페이지는 넘기자"고 했어요.

근데 늘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냥 말을 길게 하면 물 타는 거잖아요. 그래서 챕터마다 "만든 것 요약" 박스랑 "비개발자를 위한 팁" 박스를 넣고, 부록을 만들었어요. 용어 설명, 시작 가이드, 자주 묻는 질문, 실제로 쓴 도구 목록, 연표, 캐릭터 소개, 그리고 토스 미니앱 등록 체크리스트. 부록만 8개. 그제서야 51페이지가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록이 본문보다 실용적일 수도 있어요. 특히 체크리스트요. 본문은 이야기고 부록은 매뉴얼이거든요.

부록 5 '이 책의 연표'와 부록 6 '다락방 식구들 소개' — 몇 달 안 되는 기간에 다 몰아쳐서 일어났어요

삽질 2: 워드로 바꿨더니 이미지가 안 보여요

여기서 제일 오래 걸렸어요.

원고는 마크다운(그냥 텍스트 파일)으로 썼는데, 팔려면 PDF나 워드가 있어야 하잖아요. 캔바, 워드, 마크다운 셋 다 만들어보고 골랐어요. 캔바는 예뻤는데 스크롤형이라 "페이지"라는 개념이 없어서 탈락. 워드로 결정.

AI한테 워드 파일 만들게 했어요. 됐어요. 열었어요. 이미지가 하나도 안 보여요.

스크린샷 9장을 넣었는데 전부 빈 칸. AI가 원인을 찾겠다고 파일 속을 뒤졌어요. 첫 번째 진단: 이미지마다 붙는 번호가 전부 똑같아서 워드가 렌더링을 거부한다. 고쳤어요. 여전히 안 보여요. 두 번째 진단: 또 다른 번호가 중복이다. 고쳤어요. 여전히 안 보여요. 세 번째 진단: 폰으로 찍은 스크린샷에 붙어 있는 색상 정보(ICC 프로파일)가 문제다. 전부 다시 인코딩했어요.

이 시점에서 제가 그랬어요. "내가 워드에서 직접 편집하고 니가 봐주면 되지?" AI가 그러자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깜빡했어요. ㅎㅎ 며칠 뒤에 새 소재를 계속 던지다 보니 결국 다시 원래 방식으로 돌아갔어요. 비개발자의 워크플로우는 이래요. 계획대로 안 돼요.

삽질 3: 스크린샷에 API 키가 찍혀 있었어요

이건 좀 아찔한 얘기예요.

책에 넣으려고 코드 화면 스크린샷을 찍어서 AI한테 보냈어요. AI가 바로 그러더라고요. "이 스크린샷에 API 키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요. 지금 바로 폐기하고 새로 발급받으세요."

API 키는 AI 서비스를 쓸 때 필요한 비밀번호 같은 거예요. 이게 새면 남이 제 돈으로 AI를 쓸 수 있어요. 저는 그게 화면에 찍혀 있는지도 몰랐어요. 코드 화면이니까 그냥 "코드구나" 하고 찍은 거죠. 이 스크린샷은 당연히 책에 안 들어갔고, 키는 바로 바꿨어요.

비개발자가 개발 얘기를 책으로 쓸 때 생기는 위험이 이런 거예요. 뭐가 비밀인지 모른다. 이건 AI가 안 잡아줬으면 그대로 나갈 뻔했어요.

삽질 4: 크몽에서 비승인

8월 8일에 크몽에 등록했어요. 그리고 비승인이 떴어요.

내용 때문인 줄 알고 잠깐 식은땀 났는데, 아니었어요. 미리보기를 스크린샷 이미지로 올린 게 문제였어요. 크몽은 미리보기용으로 원본 문서(A4)를 그대로 올리길 요구하더라고요. 고쳐서 다시 냈고, 그 뒤엔 승인됐어요. 다만 재등록하면 심사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세더라고요. 그래서 등록부터 실제로 올라가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교훈은 하나예요. 다음 전자책은 미리보기를 처음부터 원본 문서로 올릴 것. 메모해뒀어요.

크몽에 올라간 모습 — 51페이지 PDF, 본편 + 토스 미니앱 등록 A to Z 특전

삽질 5: 제목 숫자가 틀렸어요 (그리고 안 고칠 거예요)

제목이 "토스 미니앱 11개"인데 지금은 16개예요. 책 쓸 땐 11개가 맞았어요. 그 뒤로 5개를 더 만들었고요.

고칠까 고민했는데 안 고치기로 했어요. 이 책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그 시점의 기록"이니까요. 나중에 종이책을 낼 때 그때 숫자로 다시 쓰면 돼요. 그리고 솔직히, 제목 숫자가 이미 틀렸다는 게 이 책이 진행형이라는 증거 같아서 조금 마음에 들어요.

삽질 6: 이 글 초안에도 틀린 숫자가 있었어요

이건 이 글을 쓰면서 생긴 일이에요. 초안을 AI가 먼저 써주는데, 크몽 페이지에 있는 숫자 하나를 이번 책 기록으로 착각해서 써놨더라고요. 그 숫자는 4년 전에 냈던 다른 책 기록이었어요. 제가 읽다가 "잠깐, 이거 아닌데" 하고 잡았어요.

AI랑 같이 일하면 이런 게 있어요. AI는 제 기록을 저보다 잘 기억하는데, 가끔 기록끼리 섞여요. 그래서 AI가 쓴 건 제가 꼭 읽어야 해요. 특히 숫자요. 이 블로그가 넉 달 동안 "현직 개발자" 행세를 했던 것도 결국 제가 안 읽어서였고요.

그래서 뭘 배웠냐면요

만든 것보다 만든 과정이 콘텐츠였어요. 앱은 써본 사람만 알지만, 삽질기는 앞으로 삽질할 사람이 읽어요. 그 사람이 더 많아요.

하루 만에 쓸 수 있는 건, 이미 하루하루 살았기 때문이에요. AI가 빨리 써준 게 아니라, 넉 달치 삽질이 이미 있었던 거예요. 소재 없이 AI한테 "전자책 써줘" 하면 지난 블로그 글들처럼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나와요. 제가 그거 41편 만들어봐서 알아요.

지금은 이 전자책을 종이책으로 늘리는 중이에요. 부크크라는 곳에서 주문 들어오면 한 권씩 인쇄해주는 방식으로요. 150~200쪽 목표인데, 전자책이 3만 자였으니까 세 배는 더 써야 해요. 이번엔 하루 만에 안 될 거예요. 그리고 이 종이책도 아마 어딘가에서 또 막힐 거예요. 막히면 여기 쓸게요.

다음 편은 "클로드 코드로 번역기 앱 하나 만든 실제 과정"이에요. 이번엔 결과 말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드릴게요.


전자책 『AI로 토스 미니앱 11개 만든 비개발자의 역습』은 크몽에서 보실 수 있어요. 51쪽, 8개 에피소드, 부록 8개, 스크린샷 33장. 제목 숫자는 틀렸지만 내용은 다 진짜예요.